1달여 만에 여야 판세 전환
수도권 격전지 12곳 ‘지지율 4.4%P 이내’ 박빙
‘V벨트’로 불리는 서대문·종로·동대문이 승부처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마침내 열전에 돌입했다. 4.11 총선은 향후 정국은 물론 연말 대선에도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야 모두 한 치의 양보 없는 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당초 'MB정부 심판론‘으로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던 야권에는 지금 노란불이 켜졌다. 공천 후유증과 야권연대 갈등 등의 악재를 겪으면서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한 것이다. 반면 당명까지 바꿔가며 수성의 의지를 불태운 새누리당은 잃었던 지지세를 상당수 회복한 상태. 과연 이번 총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체적인 판세와 격전지를 알아보았다. 

수도권 30곳 중 12곳이 경합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를 보면 흐름의 전환을 바로 볼 수 있다. 1·2위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넘어선 경우 ‘우세’, 격차가 오차범위 2분의 1 이내인 경우 ‘경합’, 격차가 ‘우세’와 ‘경합’사이인 경우 ‘경합우세’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결과 ▲새누리당 우세 26곳 ▲새누리당 경합우세 7곳 ▲민주통합당 우세 28곳 ▲민주통합당 경합우세 7곳 ▲경합 29곳 ▲기타 6곳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우세 지역 중 상당수가 영남과 호남 등 이들 정당의 텃밭이었다. 결국 총선을 바로 앞둔 지금, 어느 정당이 승리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먼저 서울·인천·경기지역 선거구 30곳 중 1·2위 간 격차가 오차범위(±4.4%포인트)의 2분의 1 이내인 경합지역은 12곳(40.0%)에 달했다. 특히 서울 지역 11곳 중 6곳이 경합지역이었다.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은 종로, 정진석(새누리당) 후보와 정호준(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중구, 정송학(새누리당) 후보와 김한길(민주통합당) 후보가 있는 광진 갑 선거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은평 을(새누리당 이재오 - 통합진보당 천호선), 서대문 갑(새누리당 이성헌 - 민주통합당 우상호), 영등포 을(새누리당 권영세 - 민주통합당 신경민) 등도 초경합 지역이었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13곳 중 4곳이 경합지역이었다. 수원 을에선 새누리당 배은희, 민주통합당 신장용, 무소속 정미경 후보가 ‘3자 경합’ 양상을 보였다. 부천소사(새누리당 차명진 - 민주통합당 김상희), 의왕·과천(새누리당 박요찬 - 민주통합당 송호창), 용인을(새누리당 정찬민 - 민주통합당 김민기) 등도 초박빙 경합지역이었다. 또 인천시도 6곳 중 남동 갑(새누리당 윤태진 - 민주통합당 박남춘), 남동 을(새누리당 김석진 - 민주통합당 윤관석) 등 2곳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고, 남갑(새누리당 홍일표 - 통합진보당 김성진)과 부평을(새누리당 김연광 - 민주통합당 홍영표) 등도 1·2위 격차가 크지 않았다.

영·호남 텃밭 여전한 가운데 부산·경남 균열 조짐
한편, 여야의 오랜 텃밭인 영남과 호남은 이번 총선에서도 역시 유권자들의 선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구는 조사가 실시된 4곳 모두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우세했다. 호남도 총 21곳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광주 서 갑(민주통합당 박혜자 - 무소속 조영택), 서 을(새누리당 이정현 - 통합진보당 오병윤), 전북 전주 완산 을(새누리당 정운천 - 민주통합당 이상직) 등 3곳만 경합으로 분류됐다. 기존 지지 정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절대 지지가 여전한 것이다.
다만 부산과 경남에서는 새누리당 독식 구조에 미세한 균열 조짐이 일고 있었다. 부산 5곳 중 사상에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상대로 우세를 보였고, 북·강서 을(새누리당 김도읍 - 민주통합당 문성근)과 수영(새누리당 유재중 - 무소속 박형준) 등 2곳은 경합 양상이었다. 경남 8곳 중에서도 창원의창(새누리당 박성호 - 통합진보당 문성현), 김해 갑(새누리당 김정권 - 민주통합당 민홍철), 김해 을(새누리당 김태호 - 민주통합당 김경수) 등 3곳이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안개 속 접전 펼치는 충청과 강원도
수도권과 함께 늘 역대 선거의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해온 대전·충청과 강원 지역에서도 경합세가 두드러졌다. 대전 동 선거구에선 새누리당 이장우, 민주통합당 강래구, 자유선진당(선진당) 임영호 후보가 3자 경합을 벌이고 있었고, 서구 을에서도 새누리당 최연혜, 민주통합당 박범계, 선진당 이재선 후보가 경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의 천안 을(새누리당 김호연 - 민주통합당 박완주), 보령·서천(새누리당 김태흠 - 선진당 류근찬), 논산·계룡·금산(민주통합당 김종민 - 선진당 이인제) 등도 1·2위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새롭게 선거구가 만들어진 세종 시에서는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가 새누리당 신진, 선진당 심대평 후보 등을 오차범위 이상 앞서고 있었다.
강원도에서도 9개의 선거구 가운데 춘천(새누리당 김진태 - 민주통합당 안봉진), 원주 갑(새누리당 김기선 - 민주통합당 김진희), 홍천·횡성(새누리당 황영철 - 민주통합당 조일현), 태백·영월·평창·정선(새누리당 염동열 - 민주통합당 김원창) 등 4곳에서 초박빙 경합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서울이 여·야 1당 판가름
그러나 결국 가장 큰 관심이 가는 지역은 서울이다.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서울 지역의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는 까닭은 그만큼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의석 비율로 따져도 서울은 전체 지역구 246개 중 48개가 집중된 최대 승부처다. 여야 모두 35석 이상을 얻지 못하면 '제1당'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누리당은 15석 이상, 민주통합당은 20석 이상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박빙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인 권영세 사무총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석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15석 이상이면 아주 잘한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통합당 박선숙 사무총장은 “전반적으로 다소 낫다고 보지만 새누리당 현역들 표가 견고해 '확실한 우세'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양당의 이 같은 주장은 대외 발표용 '엄살'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의석수를 낮게 예측하는 것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을 지지층 내에서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누리당이 15～20석,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단일 후보가 28～33석을 가져갈 것"이라 분석했고,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은 최대 15석, 민주통합당은 나머지 전부에서 우세하긴 하지만 쫓기는 입장"이라며 판세를 전망하고 있었다. 또 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박빙 지역에선 결국 2～3% 차이의 싸움"이라며 “남은 2주 동안 20%가량의 중도 층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현 상황을 평했다.

강북 지역은 야당 우위
서울 강서ㆍ양천ㆍ구로ㆍ영등포ㆍ금천ㆍ마포ㆍ서대문은 강북보다 더 야당 세를 띠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3곳 중 단 2곳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5곳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측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전부 우세하다고 나와야 하는 민주통합당 벨트"라면서 "올 초에 비해 분위기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먼저 양천 을은 새누리당이 자체 분석에서 우세를 점치고 있으나 쉽지는 않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이용선 전 공동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협력해 양천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양천 을은 바로 이웃한 양천 갑에 비해 경제수준이 낙후해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또 양천갑은 원희룡 의원의 지원을 받는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왔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는 "길 후보의 인지도가 낮아 승기가 차영(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서 갑은 재선에 도전하는 구상찬 새누리당 의원과 관록의 신기남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결하는데, 지난 24일 조사에서 5～10% 차로 밀리던 구 의원이 26일 5% 이내로 따라붙는 추격전을 개시했다.
반면 구로을ㆍ마포을ㆍ금천은 모두 민주통합당이 최대 15% 이상 우세한 지역이다. 구로 을은 현역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지세가 탄탄하고, 마포 을도 이 지역 최대 학원을 운영하는 정청래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학부모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금천은 이목희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18대 초반부터 표밭을 다져왔다. 반면 이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신인에 가깝다.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로 관심을 모은 영등포갑은 간발의 차이로 김영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앞서고 있으며, 마포 갑에서도 아버지 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의 후광을 입은 노웅래(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서대문갑은 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새누리당 의원이 우상호 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앞서고 있다. 서대문 을 역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김영호 민주통합당 서대문 을 위원장을 앞질렀다.

서대문·종로·동대문 등 'V벨트'가 승부처
현재 선거 전문가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그 인근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이 우세한 반면, 서남부의 관악·구로, 북부의 도봉·노원·성북 등에서는 한두 지역을 빼면 야권이 우세할 것으로 분석 중이다. 따라서 승부의 추는 서북쪽의 서대문·은평에서 중심부의 종로·중구·용산을 지나 동북쪽인 동대문·성동·중랑구로 연결되는 이른바 ‘V벨트’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이 13개 선거구 중 11곳을 가져갔으나, 이번에는 지켜내기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서울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이재오(은평 을), 이성헌(서대문갑), 정두언(서대문을), 홍사덕(종로), 진영(용산), 정진석(중구), 홍준표(동대문 을)는 살아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이상 동쪽이나 북쪽으론 한둘 빼곤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당직자 역시 “강북 벨트는 아무래도 우리가 유리하겠지만 종로·용산이나 동대문, 서대문 등은 새누리당의 중진급들이 지역구를 잘 닦아놓아서 나름 버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권 심판’ 과연 이뤄질까
이번 4·11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바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다. 이데일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총선 이슈에 대해 무려 46.1%가 정권 심판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이어 야권연대 13.9%,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0%, 친노심판 7.8%, 제주해군기지 7.2%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7.0%였다.
또한, 원내 제1당은 새누리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야권연대’가 일으킨 바람을 무색케 했다. 43.6%가 새누리당을 꼽았으며 민주통합당은 4% 포인트 뒤진 39.6%였다. 이것은 “새누리당은 100석도 불안하고 민주통합당은 원내 1당은 물론 단독과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과는 매우 상반된 결과다. 
이는 양당 공천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야 정당 중 공천이 잘된 정당을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새누리당 37.3% 민주통합당 23.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양당 간 격차는 13.5%로 새누리당(39.2%)과 민주통합당(35.6%)의 정당 지지율 격차(3.6% 포인트)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재미있는 점은 정권 심판에 대한 공감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하리라는 응답 역시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야권으로써는 분명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총선에 미칠 변수로는 민간인 사찰 은폐 의혹, 북한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안보 정국, 대통령 측근 비리 등의 돌발변수, 투표율 등이 꼽힌다. 과연 19대 국회의 주인이 누가 될지 지켜보자.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