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종교 기관, 미군 맹비난
美 공화당 대선주자들 “실수일 뿐”
항의 시위 악화···27일까지 40여명 사망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소각' 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아프간 각지에서 지금까지 미군 포함 모두 40여 명이 사망하는 등 갈수록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특히 시위 엿새째인 2월 26일, 아프간 북부 쿤두즈 주에서는 시위대가 수류탄을 던져 미군 1명과 현지인 1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으며, 미군 6명과 경찰관 15명이 다쳤다. 쿤두즈 주 경찰 당국은 "이날 2만 명의 군중이 이맘사헤브 지구의 거리에 쏟아져나와 다국적군 기지에 난입을 시도했으며, 일부 무장 시위대가 기지 안으로 수류탄을 투척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연말 대선을 앞둔 美 정치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코란 소각' 사태에 따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아프간 국방장관, 미국 방문 전격 취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가 날로 악화되며 27일까지 미군 5명을 비롯해 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 공항에서는 탈레반의 테러로 아프간인 9명이 숨졌다. 탈레반은 이 공격이 미군의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것이며 자신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하루 앞서 26일 아프간 북부 쿤두즈 주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와 미군기지를 수류탄으로 공격해 미군 1명과 현지인 1명이 사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아프간 시위를 일으킨 사건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미국도 폭력을 멈춰야 한다”며 “평화로운 아프간 건설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가 악화되자 “서방 각국은 아프간 현지에 근무하고 있는 자국의 비군사 요원을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 국방장관과 내무장관도 예정됐던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조지 리틀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들의 미국 방문이 어렵다는 사실을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해하고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 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 오바마 대통령 일제히 비난
이처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소각’ 사태 여파가 확산되는 가운데,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 발언을 잇달아 비난하고 나섰다.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은 26일 최근 ‘코란 사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ABC 방송과 NBC 방송에 출연해 “그 일(코란 소각)은 실수였고, (아프간 인들이) 미군을 죽인 건 실수가 아니었다”며 “고의가 아닌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건 미국 대통령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샌토럼과 치열한 경선전을 펼치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경쟁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미국은 아프간 국민의 자유를 위해 엄청난 기여를 했는데, 이런 시점에서 사과를 하는 건 미 국민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 사과 직후 “대통령은 사과를 할 게 아니라, 오히려 미군이 사살된 데 대해 아프간 대통령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 CNN에 출연해 “정치가 아프간의 위험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건 곤란하다”며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오바마 비난이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은근히 꼬집었다.

이집트 종교 기관, 美軍 비난
한편 이집트 종교 기관들은 미군의 코란 소각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아프간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집션 가제트'가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의 최고 기구인 알 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 대(大) 이맘은 성명을 통해 “코란 소각은 전 세계 이슬람교도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타이예브 이맘은 이어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 소각은 이슬람교도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범죄이자 신성 모독”이라며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즉각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의 콥트 기독교도 “종교적인 모욕은 받아들일 수 없는 범죄"라며 “이러한 행위는 다른 종교 신자들 간 간격을 더 벌리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콥트 기독교의 한 관계자는 “미군의 아프간 점령이 종교 관련 분쟁을 일으키는 실질적인 이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집트를 대표하는 두 종교 기관의 이번 발표는, 물론 미군이 코란과 이슬람교 서적을 소각한 이후 약 1주일 동안 아프간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발생한 데 뒤이은 것이다.
만일, 이번 사태에 따른 아프간의 분노가 점차 아랍권 전체로 확산될 경우, 항의 시위에 따른 희생자는 더욱 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