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도 어렵다’는 비관론 확산
현실적으로 80～130석 사이에서 결판날 듯

정말이지 민심의 향배는 알기 어렵다. 4년 전 ‘참여정부’의 실정을 등에 업고 18대 총선 대승을 거둔 새누리당이, 이제는 자신들의 실정 탓으로 19대 총선에서의 ‘당연한’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에서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한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19대에서는 채 100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전망과 비관론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반대로 야권은 승리를 확신하며 더 많은 의석 확보를 위한 전략 구상에 매진하고 있다. 순식간에 뒤바뀐 여야의 입장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편 새누리당의 예상 의석 100석을 두고 지나친 엄살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들을 한데 모아봤다.

야권 승리는 기정 사실
4·11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야권(野圈)의 승리를 거의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민주 통합당이 임종석 사무총장을 통해 “우리 목표는 과반수"라며 총선 목표치를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반대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까지 합해도 100석이 채 안 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 중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오랜 텃밭이었던 부산·경남에서의 지지가 무너지고 수도권 민심 역시 여당에서 등을 돌린 것이 핵심 원인이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은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 비례대표까지 합해도 100석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부산·경남에서 10석 전후를 빼앗기고 대구·경북에서도 무소속이 상당수 당선될 경우 2004년 탄핵 때보다 의석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예상 100석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비록 전세는 뒤바뀌었을지언정 현 여권과 야권의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보수의 결집으로 인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겨우 81석을 얻는데 그쳐야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 역풍과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에도 121석을 얻었다.
여기에는 영남(68석)과 호남(31석)의 지역구 차이가 가장 큰 이유가 되는데, 즉 ‘영남을 싹쓸이하면 최소 기본은 할 수 있다’는 인식과 구조가 여권 지지층의 근본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내심 10～15석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3～4석, 경남과 울산에서 최소 7석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2004년에 한나라당이 이곳에서 7곳을 야권에 내준 것과 비교하면 새누리당은 3～8석을 더 잃는 셈이 된다. 새누리당 이상돈 상임 위원 역시 “대구·경북에서도 2004년에는 무소속 1석만 내줬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 상당수를 무소속에 넘겨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
일단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111개 지역구가 있는 수도권이다. 의석수도 많지만 수도권에서의 정치적 상징성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 벨트’가 4월 총선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강서, 영등포, 서대문, 마포, 용산, 동작, 강동 등 남북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이들 지역의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제1당 수성 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현재까지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 현황을 분석해보면, 서울 한강변 지역구 대다수 지역에서 현역 의원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강서 갑(구상찬 의원), 영등포 갑(전여옥 의원), 서대문 을(정두언 의원), 동작 을(정몽준 의원) 등, 현재 이 지역을 맡고 있는 다선 의원 상당수가 공천 접수를 마쳤고, 마포갑과 용산, 강동 갑·을 4개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 간 공천 대결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먼저, 마포 갑에서는 비례대표인 김혜성 의원이 강승규 의원에게 도전장을 냈고, 용산에서는 이 곳에서 3선을 노리는 진영 의원을 상대로 배은희 의원이 도전할 예정이다. 또 지역구 현역 의원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자리를 비운 강동 갑과 을에는 각각 임동규 의원과 노철래 의원(강동 갑), 정옥임 의원과 김충환 의원(강동 을)이 정면 대결을 벌인다.
이 같은 당 내 치열한 경쟁은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애초 전략공천 지역으로 못 박은 강남과 서초, 양천 갑이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라면, 이 한강 벨트는 최근 급증세한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중도-중산층의 민심이 오가는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4년 전 총선에서 이곳은 한나라당이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다수의 현역 의원을 배출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선택이 엇갈렸다. 용산에서는 무려 51.4%의 득표율로 압도적으로 승리했으며, 마포갑(44.5%), 영등포갑(44.4%), 강동갑(48.2%), 강동을(46.6%) 등도 비교적 높은 득표율을 보인반면, 강서갑, 서대문갑, 동작을 등에서는 전체 평균에도 못 미치는 득표율로 경고 신호를 내 보인 것이다.

민주통합당도 수도권에 총력
새누리당은 이 지역에서의 수성에만 성공해도 서울에서 약 15～17석 이상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반대로 이곳에서 패할 경우 단 7～8석만으로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도 “서울 지역 10석의 차이는 타 지역에 미치는 영향, 비례대표 의석수와 직결된 정당 투표 등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20석 이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센터 소장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두언 의원이 재선에 나선 서대문 을의 엇갈린 후보별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결과를 예로 들며 “이런 민심을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공심위도 고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아슬아슬하게 당락을 오가는 현역 의원들보다 경쟁력 있는 인물들의 전략적 투입 여부에 따라 최종 선거 결과도 엇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서울 제1당을 노리는 민주통합당 역시 이 한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울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서울 남부와 북부 못지않은 당 내 공천 경쟁률이 그것을 증명한다. 강서 갑에는 신기남 전 의원 등 모두 7명이 공천을 신청했고, 서대문 을, 용산에서도 각각 6명과 8명의 전직 의원, 그리고 유명 방송인이 공천 신청을 마쳤다. 또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을 상대로 동작 을 탈환에 나선 이계안 전 의원의 기세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계안 전 의원은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을 0.2%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이 밖에 은평 을(이재오 의원)과 서대문 을(정두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서울 주요 관심 지역에서는 모두 민주통합당이 앞서거나 좀 더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의 경우 정세균 의원이 조윤선 의원을 크게 앞섰으며, 도봉갑 역시 고 김근태 의원의 부인인 인재근 여사가 현역 의원이 신지호 의원을 크게 앞섰다.

강원과 충청권의 민심변화
강원도 충청권의 민심 역시 야권 지지 성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강원도의 경우 탄핵 역풍에도 불구하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8석 중 6석을 차지할 정도로, 본래 여권 지지 성향이 강했다. 그런데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오히려 3석으로 줄었으며, 최근 두 차례 도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모두 이겼다. 야도(野道)로 바뀐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민주통합당에서도 강원에서 8～9석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전·충청지역은 한나라당이 지난 2004년과 2008년에도 각각 1석밖에 얻지 못한 곳이다. 자유선진당을 중심으로 한 제3지역 성향이 강한 이곳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가능성은 이번에도 낮다.

텃밭인 영남권도 ‘휘청’
최근 중앙일보가 실시한 19대 총선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의 전통 강세 지역인 영남권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7～10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 사상, 부산 북 강서 을, 경남 김해 을 등 부산 경남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모두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대 관심지역인 부산 사상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2.3%의 지지율로 34.7%에 그친 권철현 전 새누리당 의원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으며, 문성근 최고위원이 출마할 예정인 부산 북 강서 을 역시 문 최고위원이 41.9%를 기록, 32.5%에 그친 허태열 새누리당 의원에 10% 가까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봉하 마을이 있는 김해 을의 경우 김경수 노무현재단 본부장이 출마할 경우 현역인 새누리당의 김태호 의원에 40.9% 對 34%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 지역에서 후보 개인의 지지도뿐만 아니라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만약 여론 조사 결과대로 실제 선거전이 벌어질 경우, 그 파급이 부산 경남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당 내 비관론부터 극복해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은 총선을 두 달 앞둔 지난 12일 당 쇄신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자 당내 쇄신파인 주광덕 의원은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대위원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총선이 약 60일 남았는데, 지금 상태로는 100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면서 "보다 강력한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공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간 비대위가 국민들에게 “새누리당이 변했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당 쇄신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비대위원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쇄신은 부족했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며 “결국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잘 안되면 비대위원에게도 책임이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각사퇴'와 돈 봉투 논란 등, 비리에 연루된 인사는 공천에서 가혹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은 물론,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선긋기를 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한편,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은 지난 9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엔 새누리당이 깨질 차례이고, 이번 총선에서 115석 정도 받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참패를 예상했다. 원 의원은 “젊은 세대들이 정치를 위해 자신들의 뜻을 표출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면서 ”영남권에서 60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100석 이하로 갈 수도 있는데, 국민이 회초리를 들면 참패를 감수해야지, 벼락치기로 1등 할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개헌저지선 이하 참패 가능성까지도 전망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어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치를 소명, 사명이 아니라 현대판 신분상승, 출세연장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집단풍토에 문제가 있다"며 "경험 많은 분들은 베스트 10에 드는 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물러나야 한다"며 중진들의 대거 불출마를 촉구했다.

유권자들의 '균형심리'가 변수
이런 예상을 종합하면 새누리당은 위기였던 지난 2004년 총선과 비교해도 영남에서 10석, 수도권에서 10석, 또 기타 지역에서도 몇 석이 더 줄게 된다. 전체 의석은 당시 121석에서 100석 이하로 줄 가능성이 있으며, 득표율에 따라 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까지 계산하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선거 전문가들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균형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한 정당이 80% 이상을 가져가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새누리당이 회복세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탄핵 때보다는 나은 120～135석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도 “100석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고, 객관적으로 보자면 현재는 110～130석 정도"라고 했다. 과연 이러한 비관론이 현실이 될지는 선거가 끝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