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퍼레이드’ ‘3000만원 선거 뽀개기’ 등등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 이슈의 핵으로 떠올라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4.11 총선 최고의 스타를 한 사람 꼽으라면, 단연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27세의 어린 나이지만 야무지고 당찬 이미지, 여기에 “청년실업의 고통을 몸소 겪으며 번 3000만원으로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참신성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더군다나 유력 대권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고문과 맞붙게 되면서 그 위상 역시 순식간에 급상승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카퍼레이드 논란, 공약으로 내건 ‘3000만원 선거 뽀개기’의 자진 철회 등, 스스로 악재를 양산하며 연일 여론의 중심에 서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부산 사상구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처음이라 몰랐다
당초 손수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가 되기 전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세금이 3000만원인 서울의 오피스텔 자취방을 뺐다”고 말해 당과 유권자들에게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공개한 후보자 재산등록 현황에 공약으로 내세운 ‘전세금 3000만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확인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난이 거세게 일자, 손수조 후보는 지난 27일 “처음이라서 정치, 선거를 몰랐다. 누구나 초행길이 그렇지 않으냐”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손 후보는 이날 부산 수영구 남천동 새누리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선대위 발대식에서 “제가 부족하고 잘 몰라 빨리 (논란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복병, 자객이 이렇게 많을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고, 발대식 중간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마음고생이 많죠”라고 말을 건네자 울먹이기도 했다.
손 후보는 말을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봉이 3000만원이라는 부분이 와전된 것 같다”며 “일반적인 샐러리맨 금액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대답했으며, 또한 “제 전 재산이 3000만원이었다. 그 재산 털어서 선거 치르겠다는 작심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후보는 또 “ ‘3000만원 정신’이라고 하겠다. ‘맨발정신’ 은 끝까지 가겠다. 줄이고 줄여서 이때까지 선거문화에 있던 거품들을 줄이겠다”고 자신의 진심을 연거푸 호소했다.

선거법 위반인가 아닌가
그러나 손 후보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은 계속되었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손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선거법을 어겼다”며 “새누리당은 손 후보가 선거법에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4일 “당선되기 전에 공약을 파기한 후보”라고 손 후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손 후보는 애초에 선거비용 3000만원 공약을 통해 주목을 받았고 그 덕에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았다”며 “그런 의미에서 그 공약의 파기는 제 존재의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한 28일 오후에는 “손수조, ‘복병과 자객이 너무 많다.’ 내 참, ‘복병과 자객’이 어딨나요. 그저 ‘염병과 자뻑’일 뿐이죠”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멘션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손수조 구하기’에 나선 ‘새누리당’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27일 손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을 직접 방문 “우리 손 후보가 억울한 게 많은 것 같은데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다. 끝까지 힘내서 꼭 당선돼야 한다”며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해 그 행보에 관심이 일었다. 박근혜 위원장의 이날 방문은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거짓말 논란’이 예상보다 크게 확산되자 이를 진화하고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손수조 엄호'도 이어졌다. 또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역시 이날 “손수조 후보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그녀는 지금 온갖 음해와 허위사실, 욕설과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며 적극 두둔했다. 김 전 의장은 “기성세대도 감당하기 힘든 이런 압박을 20대 여성에게 가하는 이 현실을 보면서 정치가 이렇게 야박하고 야비하고 비열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이것이야 말로 꼼수정치"라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또 “왜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은 20대 후보를 내지 않는가"라며 ”후보가 여기서 나왔으면 지금 야단 난리가 나고 SNS에서 열렬히 환영하는 패거리가 많았을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부산선관위는 손 후보의 공약파기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가짜’ 이미지는 곤란하다
손수조 후보는 애당초 문재인 고문보다 인지도는 물론, 모든 면에서 비교될 수 없는 절대 열세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적잖은 지지를 받은 까닭은 트럭 운전사인 아버지와 보험설계사인 어머니를 둔 서민출신이라는 점이 지역구민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동안의 이미지가 사실 만들어진 ‘가짜’였다면 그 실망감은 지지층 감소로 바로 나타날 것이다.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의 실현을 꿈꾸는 것은 가능성의 전이를 통해 약자의 삶을 사는 그들 자신의 삶에 한줄기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손수조 후보가 이러한 유권자들의 꿈을 대리하는 신데렐라가 되고자 한다면, 더 이상 가짜이미지에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할 것이다. 과연 19대 총선의 신데렐라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온전히 그녀 자신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