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 지난 26일 성명
"北, 빠르면 1주일 내 핵실험“

與·野 엇갈린 반응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극동 연해지방의 치안 당국자는 북한이 빠르면 1주일 이내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26일 연합뉴스는 교도통신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관련 당국자는 지난 24일 교도통신에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이 1주일 안에 행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핵실험이 푸틴 총리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 7일을 앞둔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러시아로선 상당히 불쾌하다"고 말해 북한 핵실험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편 니콜라이 마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참모총장)도 북한의 핵개발을 위협이라고 규정해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취임 앞둔 푸틴 ‘불쾌’
북한과 국경을 접한 러시아 극동 연해지방의 치안 당국자는 25일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 1주일 안에 행해질 것으로 판단되는 근거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당국자가 근거로 내세운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대통령 취임일이다. 내달 7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러시아에게 끼칠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북한 국경으로부터 100여㎞ 떨어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제(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들어 “그만큼 가까운 장소에서, 더욱이 푸틴 총리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러시아로서는 종전 2차례 때보다 더욱 불쾌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니콜라이 마카로프 러시아군 총참모장도 “북한의 핵개발은 위협"이라고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마카로프 총참모장은 현지 뉴스전문 TV채널 '러시아 투데이(R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 나라의 핵전력 개발을 주의 깊게 추적해 오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과 함께 실시한 분석은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이 존재함을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자는 마카로프 총참모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에 핵실험과 핵개발 자제를 촉구해온 지금까지의 메시지보다 한층 톤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핵실험 가능성 높아
이에 임관빈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지난 27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우려와 관련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한미 양국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제 1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임 실장은 이날 현지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서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언제가 될지 구체적으로 예단할 수 없지만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그러면서도 “과거에도 두 차례 미사일발사 시험과 연계해서 핵실험을 했던 전례가 있는데다 이번에 미사일 발사를 통해 김정은 체제 정착의 계기로 삼으려 했으나 실패해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에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비록 실패했으나 미사일 능력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면 1만㎞ 이상 가는 것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고 미국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가 경고한 ‘특별행동’에 대해서도 “특별히 확인된 것이 없다”면서 “소규모 인원에 의한 테러, 사이버테러, 전통적 형태의 국지도발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北 인민군 창건 80주년 맞아 對南 긴장감 높여
북한은 지난 25일 조선인민군 창건 80주년을 맞아 “조만간 특별행동을 개시하겠다"며 대남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중이다. 이번 80주년 창건 기념일은 북한군 최고통수권자에 오른 김정은이 처음으로 맞는 군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23일에는 북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통고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일부 언론 매체를 비난하며 ”특별행동은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모든 쥐XX 무리들과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 해버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혁명 무력은 빈말을 모른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었다.
이후 북한은 여성과 농업 근로자, 청년과 민병들의 결의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대남 비방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통고가 발표된 23일엔 여성과 농업 근로자들의 복수 결의대회가 열렸고 다음날엔 민병 조직인 노농적위대 훈련과 청년 학생들의 결의대회가 열렸다.
아울러 24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농적위대원들이 보통강구역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北의 지휘관은 “괴뢰 역적 무리들에게 더 이상 긴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쥐박이를 비롯한 인간 쓰레기들을 역사 심판대위에 올려 놓겠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쥐명박' '김관진'이라고 씌어진 목표물을 조준 사격하기도 했다. 한 여성 대원은 “만일 명령이 내린다면 제일 먼저 달려나가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 해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날 평양에서는 청년 학생들의 복수 결의대회가 열렸다. 젊은 학생들은 “500만 개의 총이 되고 폭탄이 될 것을 다짐하겠다"고 외쳤다.
그리고는 하루 뒤인 25일 북한은 조선인민군 창건 80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북한은 정작 창건 기념일 당일에는 70주년이던 지난 2002년, 노농(勞農)적위대 열병식을 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조용하게 창건일을 보냈다. 북한이 이미 앞서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김일성 광장에서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미리 거행했기 때문에, 인민군 창건일에는 군 열병식은 물론 기념보고대회도 열지 않은 것이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의 공연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위원장은 불참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對南 비방 수위 높아져
북한의 남한에 대한 이같은 적개심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인민군 창건 기념일 하루 뒤인 26일 “연평도 포격사태와 같은 수준의 경고로 그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은 '아직도 우리 보복의지를 모르겠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우리 혁명무력은 절대 빈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무력도발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논평은 또 “괴뢰패당의 이러한 망동은 우리 군대와 인민들로 하여금 철천지원수들에 대한 보복의 일념으로 온 넋을 불태우게 하고 있다"면서 ”국면전환용이니 심리전이니 하는 잡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벼랑 끝에 다 달은 저들의 운명부터 생각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계속되는 대남 비방에 대해 직접 응수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 압박이 거세진 데다 대내적으로 결속을 다지기 위해 남한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분석을 한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허 찌르는 도발 가능성’ 무시 못해
북한이 지난 23일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면서 초강경 톤으로 대남 도발을 사전 예고한 것은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 실패에 따른 대내적 비난을 면하기 위한 체제 단속용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꾀하는 전형적 행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국지전이나 기반시설 파괴, 요인 테러 등과 같은 도발을 실제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 통고를 지난 18일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최고사령부 성명, 22일 외무성 성명 등과 같은 대남 위협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공식대응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매번 하는 이야기에 우리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북한의 최근 대남발언이 실제로 내부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한 지 4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전형적 대남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도 “1994년 김일성 주석 사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면서 ‘김정일 체제’를 확립한 것과 유사하다”면서 “엘리트 교체와 맞물리면서 각계의 과잉충성 경쟁도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또한 여기에는 ‘강성대국’ 진입 선언과 함께 중간목표로 삼았던 은하3호 발사 실패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미사일 발사 실패를 두고 내부에서 책임 공방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외부로 관심을 돌리고, 주민통제에 필요한 권위를 다시 추스르는 방법은 남한을 상대로 한 도발밖에 없다”고 말했다.

엇갈린 與·野 반응
북한의 대남도발 예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국회는 `단호한 응징`(새누리당), `북한의 자제와 남북대화`(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라는 서로 상반된 논평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24일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을 한다면, 우리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각적으로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대변인은 또 “북한이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기 바란다"라며 “도발을 꿈꿀 시간이 있다면 배곯는 주민의 민생을 조금이라도 챙길 궁리를 해야 한다"고 북측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2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대남도발 위협을 규탄하고 북한의 자제를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야권은 북한의 자제와 남북 대화, 우리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문성근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같은 날 긴급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협발언은 평화를 바라는 우리 국민 누구도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새 지도부가 군부 중심의 강경책을 벗어나기 바란다"고 북한의 자제를 요청했다. 문성근 대표대행은 또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 대북강경일변도 정책이 오늘 우리를 불안과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 온 가장 큰 이유"라며 ”지난 4년간의 대북강경책을 폐기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의 상호번영을 위한 6자회담 틀이 복원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도 이날 우위영 대변인 논평에서 “대화만이 긴장된 남북관계를 없앨 수 있다"며 "남북 양 당국의 서로 자극하는 거친 언사는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신도 증폭시킨다"고 양측이 대화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에 관심
결국 김정은의 실제 군부 장악력이 최근의 북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군 장악력이 생각보다 많이 취약하다는 데 무게를 둔다. 형식적인 권력 승계 작업은 모두 마무리했으나 부친 김정일에 버금가는 실질적인 1인자의 상태는 아님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한 군부의 입김이 센 만큼 무력도발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풀이한다.
그렇지만 북한이 정말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까지 옮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미가 ‘보복공격’을 재확인하고,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실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좀 지나 경계가 약화되면 허를 찌르는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일단 ‘도발’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북한이 통고에서 “3∼4분에 특이한 수단과 우리식 방법으로 도발근원들을 초토화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빈말을 모른다”고까지 덧붙인 점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서해상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DMZ)에서 국지전 등과 같은 ‘전통적’ 도발뿐 아니라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 타격, 사이버테러, 무인 송신탑 타격, 생화학 테러, 요인 암살, 통신망·전력망·에너지시설 등 경제기반시설 타격 등이 점쳐진다. 어쩌면 이전의 군사적 도발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에게 보다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