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마실 오는 이도 사랑 병에 감염 되…
있어야 할 이유 모두 없어져도 머무르고 싶은 곳
(詩 사랑이 익는 마을 /시인 최선남 作 中...)

‘아름다운 교회’와 ‘사랑이 있는 마을’의 안도현 목사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중략).”
뜨겁게 제 한 몸 타올라, 한겨울 추위를 막아주고 따스한 온기를 제공하는 연탄의 고마움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안도현 시인의 작시(作詩) ‘연탄 한 장’의 일부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며,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되묻는 또 다른 안도현이 있으니, 바로 강원도 오대산 어디쯤 ‘사랑이 있는 마을’의 안도현 목사. 
안도현 목사는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아름다운교회를 섬기며, 강원도 오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사랑이 있는 마을’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 사랑이 있는 마을에서 말기 암 환우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을 다 하고 있다.
치유와 안식이 있는 영혼의 쉼터 아름다운 교회의 예배당을 찾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500년 동안 교회 없는 마을… 이제는 엄동에 새싹 터
교회를 개척할 무렵 안도현 목사가 몇 년에 걸쳐 하루같이 삼각산에 올라 밤을 지새우며 기도하고 교회를 개척한 곳이 무속신앙으로 꽉 들어찬 교회 없는 마을인 일산의 풍동이었다.
그곳은 500년 동안 무속신앙을 믿으며 살아온 전주 이 씨와 전주 김 씨 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고, 지금의 일산인 그곳에 터를 잡기로 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교회 들어오면 동네 망한다면서 동네사람들이 데모를 하고 난리를 했지요.
그런 분들에게 3여 년 간 진심을 담아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게 기도하고, 말동무를 하고, 때로는 아픈 노인들에게 한의사를 초빙해 침을 놓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니 그들 스스로 마음을 열더랍니다. 서로 의심 없는 소통에서 시골사람들의 순수한 면을 보았습니다.”
왜 하필 개척하기 쉽지 않은 곳에 와 성전을 이루게 됐냐는 기자의 물음에 교회를 통해 자신과 같이 하나님 나라를 몰랐던 사람이 한 사람 한사람의 역사를 세웠듯 불모지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가득 메우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고집이자 소망이었다.
결국 자신이 가진 선산과 땅, 그리고 집을 모두 팔고 나서야 2층짜리 교회를 세웠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손가락질 하며 미쳤다고 ‘일관’했고, 그는 교회 없는 마을에 하나님의 뜻을 세우기를 미치도록 ‘일관’했다. 그리고는 5년 만에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아름다운교회는 놀랄 정도로 많은 교인이 몰려들어와 구원받기를 원했고 주변 사람들은 숲속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것을 신기해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떠난 아브라함과도 같은 주의 종 안도현 목사와 그를 믿고 순종하며 따른 성도들은 동역자들이자, 오늘날의 아름다운 교회를 있게 한 밀알들이었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마저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하는 그는 교회를 세운 첫 해 여름성경학교에 모인, 지금은 청년이 됐을 아이들을 회상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삶의 길을 바꾼 만남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모두가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안도현 목사의 인생 도처에는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연탄가스에 질식 했었던 것이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살아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 5년 동안 미감아들과 함께 살았으며, 20대에는 헌혈을 하다 쇼크사로 고비를 넘기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교회 없는 마을 풍동에 기적적으로 교회를 세워 부흥하고 있던 시기, 소리 없이 찾아 온 검은 종양의 그림자는 오히려, 그의 인생을 아름다운 색깔로 덧칠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그는 폐암말기 판정을 받고 주변을 정리하며 자신의 몸을 세브란스 병원에 실험용으로 써달라고 사인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용 매스 한번 닿지 않고 하나님의 뜻으로 기적을 경험한 주인공이다.
“무려 9cm나 되는 종양이 폐 중심부에 퍼져있었습니다. 더구나 심장과 가까이 위치해 손댈 수 없는 경우였지요. 기가 막혔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왜 하필 저를 데려 가십니까’하며 물었더니 응답이 없더군요. 저는 그길로 하나님 나라에 갈 때가 되었다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니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조용히 떠나서 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주변을 정리하기에 이르렀지요.”
수술 하루 전까지도 순방 기도를 다니며 하나님 나라에 가기위해 준비 했던 그에게, 천하가 놀랄 기적이 펼쳐졌다. 종양 덩어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것은 기적과 다름없었다.
“수술실에 들어갔더니 암이 완쾌라기보다는 아예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오진으로 인해 정신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하면서 의사들에게 따졌지요(웃음). 그러자 의사가 하는 말이 ‘사람은 거짓말해도 기계는 거짓말 안한다.’라고 깔끔하게 일단락 시켜주더군요.”라고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안도현 목사는 그날을 끝으로 병원에 간 적이 별로 없다. 그는 “하나님께서 치료한 내 몸을 병원의 도구가 되어 찾고 고치며 의심을 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인 것 같다”라고 하며 여전히 산뜻하게, 건강하게 신체를 유지하고 있다.

“너 공밥 먹지마라!”
목사가 공밥 먹지 않으려면?
강원도 오대산 끝자락에는 ‘사랑이 있는 마을’이 있다. 안도현 목사는 이곳에서 치료에 어려움이 많은 환우들을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그는 이곳을 “창촌 에서 양양 방면으로 56번 국도를 따라 15km를 가면 홍정산 품에 조용히 자리 잡은 한 채의 집이 있다. 집 앞으로 내린 천의 한 줄기인 계방천이 작은 바위와 돌들 사이를 굽어 돌며 노래를 하고,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냇물의 소리를 집으로 실어 올린다. 집 옆으로는 동이나물 노란 꽃이 안내하는 생수가 솟는 우물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진달래의 미소를 따라가면 칡소폭포가 눈 아래서 웅장한 소리를 쏟고 있는 곳, 이곳이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567번지 ‘사랑이 있는 마을’이다.”라고 소개했다.
강원도 오대산은 가정화목을 바라고 기도함에 적합한 산인만큼 강한 지기(地氣)를 품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안도현 목사의 기도가 잘 이루어져, 환우들을 어루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서울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던 사람이 산소호흡기 없이도 숨을 쉬고 밥을 먹는 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그는 이곳에 온 계기에 대해서 “문득문득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시련을 추스르기 위해 갔던 곳이 오대산 펜션 키롤 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너 공밥 먹으면 안된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속으로 ‘아니, 지금 쓰러져서 쉬러 왔는데 공밥타령입니까...’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때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감동을 주신 겁니다. 그래서 예배드릴 수 있는 처소를 찾은 것이 지금 현재 사랑이 있는 마을이지요.
그곳에서 먼저 사역 중이었던 박인희씨와의 만남이 이루어 졌고 환우들을 보살필 수 있는 사역지가 된 것입니다.

“자, 우리 가장 편하게 안녕하며 하나님 나라고 가십시다.”
안도현 목사는 죽음을 주제로 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할 정도로, 웰다잉(well-dying)의 필요성과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현명한 자세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죽음이란 성경에 쓰여 있는 대로 ‘잠’이라고 얘기합니다. 잠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죽음은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평안한 안식이고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신은 한 번도 벗지 못한 옷에 불과한 것이지 참 생명은 따로 있기 때문에 우리가 참 생명의 소망을 가지고 있으면 죽음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고,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라고 말하는 그가 죽음에 대해 확실한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아버지의 소천이다. “병이 들고 뒤늦게야 하나님을 영접한 아버지께서는 기적을 체험하셨고 그 후 소천하실 적에는 어디 없는 편하신 표정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제 삶을 다 하고 세월이 흘러 좋은 곳으로 갈 때, 영혼이 떠나며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바로 천사가 받들어 올라가 아름다운 세계를 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사랑이 있는 마을’에서 환우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가장 기쁠 때는 영혼이 떠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날 때라고 말했다.
허나, 아름다운 소천에 대한 그의 믿음과 하나님 나라의 존립의 문제는 비신자가 받아들이기에는 어릴 적 아름다운 동화 속 엔딩장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안도현 목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하나님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생에 있어서 죽음의 순간이 최고의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결국에는 천사 손잡고 천국 가기 위해 예수 믿는 것이지요. 천국을 향한 구원의 문제만은 하나님의 영역입니다.”라고 지그시 기자의 눈을 맞추며 하나님 나라를 확신케 했다.
안도현 목사가 말하는 인생이란, 그저 ‘하루를 걸어가는 것’이라고. 순리대로 그냥 걸어가면 될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은 제 손에 쥐려고만, 제 곳간에 쌓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은 과연 없는 말은 아니다.

교회는 유기적 공동체
“전도하지 마세요.” 제 스스로 마음 열려 성령으로의 이끌림 기다려야…
아름다운교회의 성도들은 150명이 넘지 않은, 작지만 큰 은혜와 따스한 아우라로 둘러싸인 교회다. 그는 교회의 성도 수가 150명을 넘기면 안 된다며 줄곧 주장한다. 본래 교회라는 말은 건물, 즉 성전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있는 유기적 공동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규모자체가 으리으리한 기업적 교회가 갖는 세속 됨은 실로 크며,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이 성전의 평수와 인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는 “교회다운 교회란 가족, 공동체 개념이 이루어 질 때라야 진정함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평생 신앙생활하며 담임목사 한번 만나보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의 맹목적인 전도방식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교회들 보면 전도 자체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심으로 하나님 믿는 자들이 수적으로 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우선 믿는 사람들부터 확신을 가지고 걸어가야 좋은 본을 보이게 되는 거지요. 인위적인 믿음이 아니라 오직 성령에 이끌려가는 걸음만이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열려야 하니까요.”

하나님은 둥글둥글하신 분
그렇다고 이 좋으신 하나님을 혼자만 차지하기엔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안도현 목사는 기적과 사랑을 통해 하나님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적을 바라기에는 너무나 막연한 기도가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조건적 사랑보다는 아무 조건 없이 베풀 수 있는 사랑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따뜻한 공동체로 마음 열고 들어올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기적이란 비신자들에게도 많이 나타납니다.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사랑이 있는 마을’에서도 처음에는 예배도 드리지 않고 믿음 없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는 목회자로서 그들을 가만히 두었죠. 어느 시점이 되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감동을 주시는 거지요.
누구든지 믿음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하나님을 통해 구원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하나님은 사랑이 넘치고 따뜻하셔서 주일날 예배 한 번 나오지 않았다고 다리 부러뜨리시는 분이 아니랍니다.(웃음) 하나님은 둥글둥글 하신 분입니다.”

아름다운교회, 그리고 사랑이 있는 마을은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는 없다. 그저 성령의 인도함에 따라 하루하루를 걸어간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다 돌아가야 할 인생들이라고. 다만 사람들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아름다운 삶의 완성으로서 아름다운 죽음의 길을 곧 잘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는 또,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있는 사랑이 있는 마을의 환우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너는 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며 하나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삶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말을 마쳤다.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 피웠다가 때가 되면 사라지는 들풀을 좋아한다는 안도현 목사. 그의 이름을 들풀이라 쓰고, 들꽃이라 읽고 싶다.

취재_강혜진, 박유나 기자, 사진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