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인공어초 ‘마이크로 실리카’ ‘유기농 붉은 대게 쌀국수’ 등 영역 넘나들며 해양 관련 상품 연달아 개발·출시
“바다는 내 평생의 터전, 언제까지고 떠나지 않고 지킬 터”
(주)나곡수중/나곡식품의 전병섭 대표는 자타 공인, 긴 말이 필요 없는 바다 사나이다. 30여년 전부터 스킨스쿠버 리조트를 운영, 바다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그는, 국내 스킨스쿠버 다이빙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전 대표는 “바다 속 수중 세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며 특히 “해양 생물은 현대인의 생활에도 많은 이로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해양 자원의 가치를 누구보다 빨리 인식한 그 이기에, 인공어초 ‘마이크로 실리카’는 물론 ‘유기농 붉은대게 쌀국수’ 등, 바다를 살리고 또 그 이로움을 전하는 획기적인 상품들을 연달아 개발할 수 있었다. 시원한 해풍과 파도가 생각나는 계절 여름의 문턱에서, 그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공어초 ‘마이크로 실리카’ 갯녹음현상(백화현상)으로 연안해역이 빠르게 사막화되어가는 요즘, 효율적인 수산자원관리기반을 조성하고 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개발된 인공어초 ‘마이크로실리카’는 분명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해양상품이다. 이 제품은 경북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수중건설전문업체 (주)나곡수중전병섭 대표의 바다사나이 다운 열정이 담긴 특허 제품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제품은 한 마디로 바다의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착생해 양식하는 도구라 보면 된다. 이미 4년 전 주요 일간지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이 제품이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는 까닭은 그 자체로 독특한 성격을 가진 해양 상품이기도 하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요즘, 사용 시 바다 속 생태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적 특징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특수 마이크로 실리카 콘크리트로 제작 돼 흔히 말하는 ‘콘크리트 독성’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돔 형태로 제작 돼 아랫부분에 넓은 표면적을 두었고 밀림방지를 위한 다리를 설치하여 연약지반에서도 침하 되지 않고, 태풍, 급조 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구조물 윗부분에 있는 경도선상의 V자 홈은 전복, 굴 등의 패류 착상과 서식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위도선상의 U자 홈은 어패류 서식에 필요한 감태, 미역, 다시마 등의 해초류 포자를 심은 로프를 감을 수 있어 각종 해초류의 착생률을 높인다.
어종 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연안 어초의 생육 스킨스쿠버 다이빙, 해양 구조물 건설가로 지난 30여년을 바다를 무대로 살아 온 전병섭 대표지만 ‘마이크로 실리카’를 개발하게 된 데에는 전문가의 조언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낸 국립 해양 과학원 김종만(퇴직) 원장과의 만남이 그 계기다. “현실적으로 연안에 들어갈 어초가 많이 필요한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부 고기 살리는 데에만 신경을 써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으로 어초 키우는 도구나 장치가 없다며 그런 쪽으로 연구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배에도 걸리지 않고, 모래 유실 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다목적 인공어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 4월 실시된 ‘마이크로 실리카’의 첫 시범 사업에서는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울진원자력본부의 지원으로 관내 18개 어촌계에 180개를 투입했고, 7개월 후의 결과 측정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당시 울진읍 현내리 어촌계의 임춘락 계장은 “다시마 10개, 멍게 12개를 투하했는데 모두 성공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 멍게는 벌써 크기가 계란만하다”며 “어민소득 증대를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사업 시행이 요구된다”고 말했었다. 또한 이 사업을 지원한 울진원자력본부의 최영선 과장 역시 “두 달에 한 번씩 어초들을 점검하고 있는데 결과가 매우 좋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양 생태계 개선을 위해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의 김종만 원장도 “지금까지 동해안 연안에 투하된 여러 형태의 인공어초는 태풍, 조류 등에 흩어져 안정성이 결여됐지만 ‘마이크로실리카’는 국내 유일의 안정성이 좋은 제품‘이라고 말했다.
바다 목장 화 사업의 베이스 기존 인공어초들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은 것과 달리, 이러한 단점을 해결한 ‘마이크로실리카’는 어민 소득증대는 물론 바다 환경개선 및 바다 목장화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양식업, 종묘생산업, 식품가공업,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으로 국내 수산물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수중관광 수입증대와 고용증대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사실 바다의 경우 철제와 콘크리트가 아니면 수중 구조물을 건설할 대안이 따로 없다고 한다. 특히 갈수록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에, 조금마한 실수로 인한 해양 오염도 용납되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로 실리카’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전병섭 대표는 강조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콘크리트의 유해성을 억제해주므로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에 직접 들어가서 보면 해조류가 달라붙는 정도가 다른 인공어초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접 물에 데리고 들어가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네요(웃음)”
잊지 못할 인천 갑문확장공사 수중 건설 전문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를 묻자 전병섭 대표는 1986년 인천 갑문 확장공사를 꼽았다. “지금도 누구에게든 제일 자신 있게 얘기하는 부분입니다.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 구조물을 만들어 본 셈이니까요. 동아건설과 같이 일을 했는데, 길이 110M의 구조물을 물에 띄운 후 다시 정확한 위치에 빠뜨려 설치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때의 기쁨은 말도 다할 수 없습니다. 보통 수중 구조물은 한 번 설치하면 그것으로 끝인데, 제 평생 그렇게 큰 규모의 공사는 없었습니다. 5만 톤 규모의 배가 들어서는 규모는 인천 갑문 확장 공사 하나뿐입니다. 제일 보람이 있었습니다”
나곡식품으로 새로운 도전 바다사나이 전병섭 대표는 얼마 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나곡식품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많은 먹거리를 바다로부터 제공받아왔다. 전병섭 대표는 그간 나곡수중을 통해 쌓아온 바다에 대한 노하우를 우리 생활에 접목, 해산물을 원재료한 식품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다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듯 우리들도 바다를 사랑하며 바다와 인간 사이의 중간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곡식품을 설립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수중 공사의 경우 4대강부터 시작해 굵직굵직한 공사는 다 끝난 상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앞으로는 식품에 좀 더 사업의 포커스를 두고 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수중 건설은 제 평생의 업이므로 함께 동반 성장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설립 취지하에 나곡수중이 내놓은 첫 상품이 바로 ‘붉은 대게 쌀국수’다. 울진의 특산물인 붉은 대게를 재료로 이른바 웰빙 면을 탄생시킨 것이다. 쌀국수에 들어가는 쌀 역시 국내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것으로 무농약 1등급 쌀만을 사용한다고 전 대표는 설명했다.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돌 정도로 그 맛과 영양가는 확실하다. 그러나 ‘붉은 대게 쌀국수’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갈수록 사람들이 웰빙을 선호하지만 사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럴수록 원재료 값이 더 비싸게 듭니다. 그래서 시중 국수 제품들에 비해 저희가 좀 더 비싼 편입니다. 물론 비싸도 제품만 확실하면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없는 사람들은 싸고 양이 많은 것에 먼저 손이 갈 수밖에 없지요. 또 대기업 틈바구니에 끼다보니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노리는 것 역시 틈새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아직까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메인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 오프라인 입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바다가 전부인 사내 전병섭 대표는 평생을 오직 바다만 보고 살아온 남자다. 다른 이력은 전혀 없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바닷물 속에 들어간다는 게 그의 호기심을 자극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내가 좋으니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의식이 없었다면 그저 먹고 사는 것에만 만족했겠지요. 항상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것이 최고지요. 엄홍길 선생같은 분이야 산을 정복하는 재미로 살지만, 저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수중 구조물을 마침내 물속에서 완공했을 대 대단한 성취감을 얻습니다. 이런 것이 말할 수 없는 기쁨이지요. 물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 여기에 자부심과 성취를 느끼고 삽니다” 끝으로 전 대표는 앞으로도 언제까지고 오직 바다만 바라보며 살겠다는 각오를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바다와 관련해 진정한 열정을 가진 전문가가 드문 요즘이기에 더욱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국민교육헌장을 보면 각자 타고난 기술을 개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하는 사람은 기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 기업이라는 것도 아무나 하루아침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또 반대로 돈 버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려고 해서도 안 되지요. 기업인은 기업인으로 정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하는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평생을 한 가지 분야에서 일해 온 사람이 과연 다른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저 제가 걸어온 길, 제가 배운 노하우를 후배양성에 쓰면 그게 보람입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바로 전병섭 대표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바다는 앞으로 더더욱 가치 있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싶다. 진심으로 그의 건승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