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1위' 강남대로 금연거리 지정

강남대로에서 쫓겨나는 가련한 흡연자들, 설 자리 줄었네.
이달부터 강남역-신논현역 간 934m 구간 실시

뒷골목·횡단보도는 구역서 제외,
맞은편 횡단보도는 담배 피워도 된다? 애매~한 강남대로 금연 구간

한국에서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서는 이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서초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길거리 금연을 실시한 것.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강남대로 일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위반 시 5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거실은 물론이고 베란다 흡연까지 금지돼 추운 겨울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가련한 애연가들이 늘고 있다. 일부 아파트는 단지 내 금연까지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애연가들이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시민 건강증진 위한 금연 특화거리로 거듭
강남대로에는 상점과 술집 사무실 등이 모여 있어 서초구 서초동 지오다노 상점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하루 평균 1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전국에서 유동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중구 명동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서초구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에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까지 이어진 934m 대로변 구간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2번 출구에서 엘타워 앞까지 450m 구간도 금연거리로 함께 지정하기로 했다.
서초구는 서울시가 주요 광장과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공원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처럼 보행로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강남·서초구 측은 4월부터 석 달간 홍보·계도 활동을 한 뒤 7월 1일부터 흡연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지정한 거리 및 특화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에 근거한 것으로 서초구 측은 2월 말까지 간접흡연 피해방지 규칙을 고시해 3월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6월1일부터 본격 단속에 들어간다. 이에 해당 구간에서 흡연 시 5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에 서초구 관계자는 "서초구가 관할하는 강남대로 구간은 유흥가와 아파트, 학교 등이 함께 밀집해있어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한 금연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남대로 들어설 때 반드시 알아야 할 4개 규칙
먼저 서초구 관리 구간(강남역 9번 출구~신논현역 6번 출구)에서의 금연 규칙을 잘 정리 해 두자. 이번 달부터 이곳에서의 흡연은 위법이다(①). 당분간 과태료(5만원)는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계도기간이 끝나는 6월부터는 과태료가 공식적으로 부과된다.
같은 기간 강남구 관리 구간(강남역 12번 출구~신논현역 5번 출구)에선 당분간 긴장을 풀어도 된다. 이 구간은 4월부터 보행 중 흡연이 금지되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 3월 흡연은 위법이 아니다(②). 그렇지만 7월부터 이 구간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2배(10만원)로 물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지역 버스정류소에선 또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다음 달 1일부터 강남대로 중앙버스차로 정류소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바로 10만원을 내야 한다(③). 가로변 버스정류소 이용자들은 당분간 안심해도 좋다(④). 각 자치구가 관리하는 시내 가로변 버스정류소는 내년 중 자치구별로 금연 구역으로 지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초구 쪽은 가로변 버스정류소 과태료로 5만원을, 강남구는 10만원을 각각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단속의 강도도 자치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유정애 서초구 건강관리과장은 “6월 1일부터 시간제 단속직원 30여 명을 투입해 강남대로 구간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연순 강남구 공보팀장은 “단속은 시민 의식 캠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답변했다.

맞은편 횡단보도는 OK? 애매한 금연 구간
서초구청 직원 4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지하철역 입구 등 강남대로 곳곳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벌였다. 서초구 쪽 강남대로 바닥에는 금연 표시가 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가로등마다 ‘금연거리’라고 쓴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흡연자들은 단속 대상이 아닌 뒷골목이나 역삼동 쪽으로 몰렸다. 이따금 대로를 걸으며 담배를 피우던 시민들은 서초구청 직원의 안내를 받고 머쓱해하며 담뱃불을 껐다. 대부분의 시민은 하루 유동인구가 11만 명에 달하는 강남대로의 금연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강남구가 지정한 강남대로 금연거리 건너편은 강남구 역삼동으로 강남구 관할이라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서초구가 강남구 관할구역을 제외하고 강남대로 금연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반쪽짜리 금연구역'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시민은 이를 “같은 강남대로인데 저쪽은 금연구역이고 길 건너 이쪽은 아니라니 단속이 제대로 되겠냐”며 반문했다.

시행시기 과태료 금액도 애매해…
강남구쪽 7월부터 10만원, 서초구쪽 6월부터 5만원 ‘혼란’
서울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에 이르는 강남대로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그러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관리하고 있는 강남대로 양쪽 길의 과태료가 서로 달라 혼란이 예상된다. 강남대로 한 쪽씩을 관할하는 서초구와 강남구가 금연거리 조례를 따로 만들면서 과태료 금액과 시행 시기를 다르게 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할 구청이 서로 다른 과태료와 시행 시기를 결정하다 보니 같은 강남대로인데도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7월부터 과태료 10만원, 다른 쪽은 6월부터 과태료 5만원 부과로 엇박자가 났다는 점이다. 같은 강남대로라도 어느 쪽에서 흡연을 하느냐에 따라 과태료 부과 시기와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초구 관할구역에서 6월 중에 담배를 피우면 5만원을 내야 하지만, 길 건너 강남구 관할에선 흡연을 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게다가 7월 이후부터는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선 흡연 시 5만원을 내야 하지만 길만 건너면 과태료가 10만원으로 뛰어오르는 셈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 처음 금연거리로 지정된 서울 강남대로를 놓고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3개월간 홍보를 거쳐 6월부터 매일 오전 9시~오후 2시, 오후 4~8시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한 대학생은 “강남은 밤이 될수록 사람이 몰리고,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늘어나는데 오전·오후시간대만 단속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시기를 같게 하고 과태료를 10만원으로 통일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지만 서초구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각 구마다 과태료 액수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강남대로의 경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의 금액이 다르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양쪽 모두 버스정류장 흡연 과태료와 같은 액수인 10만원으로 조정하고, 시행시기도 이르면 6월 초로 똑같이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들 “상징적 홍보효과만 노린 탁상행정”
시민들은 또 금연구역 지정 및 운영이 획일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강남대로 자체는 금연구역이지만 인근 골목과 횡단보도 등은 금연구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30대 여성은 “골목에서 피우는 담배 연기가 대로까지 다 흘러나온다”며 “금연을 하자는 게 아니라 상징적인 홍보효과만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지난해 버스전용차로상의 정류장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으므로 횡단보도는 단속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시민들은 서초구와 강남구가 미리 협의를 해 금연정책의 효과를 높였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서모(46)씨는 “길 건너에선 단속을 안 한다면 반대편으로 흡연자가 몰리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실질적인 효과보다 구청의 치적 홍보만 노려 무리하게 시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쪽 YBM어학원 앞에서 만난 대학생 이준형(24)씨는 “일부 시민은 이쪽이 금연구역이 아니라는 걸 알고 건너와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강남구 측에도 금연구역 지정을 건의했지만 준비가 덜 됐다며 한 달 뒤 시행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시행하기 직전에 연락을 했기에 ‘우리는 준비가 덜 됐다고 한 것뿐’”이라고 했다.

흡연자 권리 침해 의견 분분해…
이번 `강남대로 금연거리 지정'을 놓고, `다음 아고라' 토론 게시판에서 "아무리 담배가 기호식품이라고는 하지만, 피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흡연자들은 선택권이 있지만, 비흡연자들은 아무런 선택권 없이 원치 않는 담배연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와 반면 "길거리 금연구역 지정은 흡연자의 권리를 과잉 침해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비흡연자들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흡연자들의 권리가 무시된다면 역차별이 일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보행 중 흡연을 하는 사람 뒤를 걷다 보면 비흡연자로서 굉장히 불쾌했다. 아무리 피해도 담배연기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아 비흡연자들이 보행 중 곤란한 상황이 많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강남대로가 보행 중 금연거리가 된다면 그런 걱정이 사라질 것 같아 찬성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곳이 금연거리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찬성하는 다른 한 네티즌 또한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공공장소에서 담배연기를 거부할 권리(혐연권)와 담배를 피울 권리(흡연권)를 두고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또 아무리 담배가 기호식품이라고는 하지만, 피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이 좀 더 중요하다. 흡연자들은 선택권이 있지만, 비흡연자들은 아무런 선택권 없이 원치 않는 담배연기를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며 찬성했다.
반면,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피우기만 해도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담배에 대한 세금까지 내가며 흡연을 하고 있는데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벌금을 낼 가능성이 생긴다니 안타깝다. 담배도 엄연한 기호식품인데 점점 흡연자가 설자리는 없어지는 것 같다"며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취재_박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