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에서 대응 매뉴얼 개발 및 적용 검토
전국 시·도 교육청 ‘교내 대안교실’ ‘옐로카드제’ 등 제시

이제 학교 폭력은 더 이상 새롭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뉴스 소재가 되었을 정도로, 연일 거의 전 매체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그 범죄의 유형 역시 이미 알만한 내용들은 다 보도되었다. 도저히 어린 학생들의 짓이라고는 믿기 힘든 그 잔인한 일면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들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전국 시·도 교육청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매뉴얼들을 개발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어느새 폭력의 온상이 되어버린 학교가 다시금 배움의 공간이 되기 위한 방법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학교 폭력’ 전담 부서 설치
먼저 경기도 교육청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위해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학교폭력 예방·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발표한 경기도교육청의 대책을 보면, 도교육청에 학교폭력 근절 전담부서인 ‘생활인권지원과’(가칭)를 2년간 한시적으로 설치해 이르면 4월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생활인권지원과는 학교폭력 담당과 생활인권 담당으로 나눠 학교폭력의 예방과 근절, 조사 및 법률지원을 맡는다. 또 학교폭력과 관련한 법률지원 업무를 맡을 교육법률지원단과 학교폭력 피해 신고 접수 후 이를 면밀하게 조사하게 될 학교폭력 조사 담당의 신설도 추진한다.
한편, 시·군 지역교육청에는 학부모와 지역 외부 전문가 등 20명 이내로 이뤄진 ‘생활인권지원센터’를, 학교에는 역시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들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생활지도 전담팀을 꾸려 학교폭력에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생활인권지원센터’는 각 급 학교에서의 학생인권 보호와 함께 학교폭력 예방과 실태 조사, 폭력 예방을 위한 인성교육, 상담 및 생명존중교육, 학업 중단 예방을 위한 숙려제도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밖에 ▲3월과 9월에 모든 학생 일대일 면담지도를 통한 학교폭력 실태 조사 ▲학교폭력 은폐 시 해당 학교장과 관련 교사 중징계 등도 실시된다. 강인식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기존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이 개별 프로그램 위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 이번 대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상시적 행정지원과 법률지원 활동을 할 제도적 대응체제를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또 문제 학생을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바로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열게 하는 '학교장 통고제'를 일선 학교에 권장한 상태다. ‘학고장 통고제’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범죄경력 조회나 수사 자료에 학생의 인적사항은 기록되지 않으면서도 가해학생의 교육 효과가 비교적 뛰어난 제도로 알려져 있다.

신학기 맞아 ‘예방 대책’ 봇물
경기도 교육청 외에도 새 학기를 맞아 담임교사에게 생활지도 운영비를 지원하고 학교장이 문제아 반을 직접 관리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모두  자체적인 대책을 세워 ‘학교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대전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킬 수 있는 '옐로카드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교사 또는 학급당 3, 4명의 중재자(천사지킴이)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1단계 '구두경고', 2단계 '옐로카드', 3단계 '레드카드' 등 단계별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가해자가 레드카드를 받으면 출석정지, 강제전학, Wee스쿨 위탁교육 등 격리 조치를 받게 된다.
한편, 올해를 '학교폭력 발본색원 원년의 해'로 삼은 충남도교육청은 담임교사에게 연간 30만원의 학생과의 소통 비를 주기로 했다. 또한 가정방문을 확대하는 한편, 가해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교육과 가해학생을 대안교육기관에 위탁해 재활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담임교사가 매주 1차례 이상 학생생활 관찰일지를 작성해 학교폭력, 따돌림, 성폭력 등의 실태를 파악하도록 했다. 또한 대구시교육청은 학교폭력이 신고 되면 해당 학교의 조사, 피·가해학생을 포함한 주변인 상담·치료, 대안교육, 법률지원을 통합 수행할 수 있는 학교폭력 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에서 처음 설치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순차적으로 모든 초·중·고교에 학급당 15명 이내의 학교 내 대안교실인 '꿈 키움 교실'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최재호 경남교육청 대안교육 정책팀장은 “중도 탈락학생을 학교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고 학교 안에서 보듬는 방법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주도교육청은 이달 '학교폭력 근절 추진단'을 발족하고, 충북도교육청은 정규교육시간에 연간 10시간 이상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분노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포상금까지 건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교육청은 학교폭력 신고 포상금제를 시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전남도교육청은 사회 문제화 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고강도 대책으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학교폭력신고 포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전국 단위 신고전화 ‘117’ 이외에 학교폭력 피해자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청 내에 신고센터(061-260-0842)를 두기로 한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학교폭력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가능하며 신고자 신원은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보장할 계획이다. 포상금액은 최대 500만원이다. 또 초·중·고 등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예방교육을 추진하고 학교장과 담임교사 등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교육청별로 중·고교 각 1곳씩 학생생활지도 중점학교를 선정, 운영하고 관심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멘토링 등 다양한 예방활동도 실시할 계획이다. 전남도 교육청 관계자는 “가변학급 운영 등 학교폭력 관련자들의 인성회복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대책 마련 부심
대책 마련은 담당기관인 교육청은 물론, 학습 현장인 학교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울산 울주군 경의고는 교장이 문제아를 모아 종례시간부터 자율학습시간까지 따로 지도하는 '초록교실(Green Class)'을 운영할 예정이다. 학급별로 1～2명씩 선정될 학생들은 학교장과 함께 영화와 연극을 관람하고 지역축제에 참가하는 등, 인성 함양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된다. 또, 광주전자공고 역시 이와 유사하게 학교폭력 가해자가 마음과 몸을 수련할 수 있는 '성찰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백신고의 경우 ‘자치법정’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해 학교폭력 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희영 백신고 교감은 “1년에 4, 5차례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대상으로 판사, 검사, 변호사, 배심원 등 학생 50여명이 참여하는 자치법정을 열고 있다”며 “법 준수 의식을 키우고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부터 전교생을 대상을 심리검사를 진행한 경기 일산 고양고는 검사 결과에 따라 전문 상담을 한 결과 문제 학생 수가 80%로 감소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예방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총선을 앞두고 마음이 다급해진 국회지만, 다행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 우려하던 쿨링오프제는 제외됐다.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예방법 마련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그 와중에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 2월 7일 박보환 의원을 중심으로 게임을 두 시간 즐기면 10분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쿨링오프제'의 도입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 변재일 위원장은 ‘쿨링오프제’에 대해 “공청회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총선 이후 차기 국회에서 재논의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학교폭력예방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대상에서는 완전히 제외됐다. 현 상황에서 게임과 학교폭력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또,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쿨링오프제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보완해서 충분히 실시할 수 있으며 학교폭력과 게임의 연관성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새롭게 재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의 치유부담 완화와 가해학생의 신속한 조치에 초점을 맞춰졌다. 이번 학교폭력예방법을 대표발의한 원유철 의원은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가해학생의 보복행위로 인한 2차, 3차 피해를 예방하고, 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게 해 학교폭력의 신고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활기찬 교육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야쿠르트아줌마’도 학교폭력 근절에 동참
전국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도 학교 폭력 근절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지난 29일 한국야쿠르트는 3월 2일 양기락 사장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소식을 전했다. 일반 가정과 최접점에 있는 방문 판매 조직으로서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교과부로부터 '학교 폭력 예방 알리미' 위촉장을 전달받고 전국 150만 가정에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리플릿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에는 이주호 장관이 직접 서초구 잠원동 야쿠르트 본사를 이례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교과부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민간 기업과 손을 잡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한 야쿠르트 아줌마의 활동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리플릿에는 부모들이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징후를 파악하는 요령과 폭력 대처방법, 폭력 근절을 위한 실천 대책 등이 담겨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또 학교 폭력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를 하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야쿠르트의 한 관계자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힘을 또 한 번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자식을 돌보는 엄마와 같은 심정으로 학교 폭력 예방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이미 경찰과 협조해 길잃은 아이 찾아주기 등 '안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판매원의 대명사가 된 야쿠르트 아줌마는 1971년 4월 47명으로 출발해 지금은 1만3,000명이 넘었다.

달라진 시대, 달라진 대응 필요
최근 지도하는 학생이 투신자살에 이르기까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중학교 교사를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면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어쩌면 학교 폭력은 비단 학생들만이 아닌,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교사들의 책임감 부재에도 원인이 있는지 모른다. 요즘 중학교에서는 갈수록 담임 희망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초등학교마저 6학년은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의 경우, 교사 70%가 전출 희망서를 제출했을 정도로 ‘학교 폭력’은 단순히 학생들의 비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교사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아무런 기준 없이 거의 교사의 무한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적 편견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래전부터 이지메 등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했던 일본의 경우, 학교폭력, 교사 상대 폭력, 기물 파손, 교내 도난사고 등 다양한 문제 발생 시 학교와 교사가 취해야 메뉴얼을 이미 완성한 상태다. 시대가 변한 만큼 이제 우리 교육계도 교사 개인의 양심과 책임감에만 호소하기보다, 이렇게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더 급선무로 여겨진다. 물론 이것이 조금 씁쓸한 풍경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 교육계 풍토에서, 예전과 같은 전 인격적인 교사를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무리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취재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