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에 결국 방사
서울대공원 마지막 돌고래 공연…‘잘가 제돌아’

제돌이의 운명이 제주 앞바다로 결정됐다.
국내 동물원을 대표하는 서울대공원이 28년간 해오던 돌고래쇼를 잠정 중단한 것이다. 멸종위기의 제주산 남방큰돌고래를 포획해 쇼에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에 야생 방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처음으로 시도되는 ‘돌고래 야생방사’다. 과연 제돌이는 험난한 제주의 파도를 헤치고 고향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방사장으로 지정된 ‘제주도 구럼비’를 둘러싼 정치적 힐난이 감돌고 있다.

과천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 구럼비 앞바다로
이날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가오자 물고기를 던져주러 오는 줄 알았는지 수면 위로 머리를 들어 올린 채 입을 벌렸다. 이날은 박 시장이 제돌이의 운명을 결정한 날이었다.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주도에서 불법 포획 돼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방사 결정을 내렸다. 이는, 돌고래가 공연으로 학대받는 데다 불법 포획됐다는 일부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힌 것.
박 시장은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포획 논란에 휩싸인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제주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제돌이는 야생방사 적응 훈련을 한 후 바다로 돌려 보내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돌고래 공연의 지속 여부를 전문가들과 시민 단체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말하며, 아울러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들어오는 동물의 이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 동물원의 기능과 위상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시는 서울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돌고래 다섯 마리 가운데 2009년 퍼시픽랜드에 바다사자 두 마리를 주고 데려온 제돌이(13세 추정)에게 야생 적응훈련을 시킨 뒤 방사장 설치 공사와 훈련 기간을 고려해 오는 2014년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과천 오기까지…
‘제돌이’라는 이름으로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묘기를 하던 남방큰돌고래는 3년 전만 해도 한라산 아래서 헤엄치던 돌고래였다. 
제돌이가 처음으로 관찰 된 것은 2007년. 고래연구소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돌고래의 사진을 찍어 식별번호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찍으면,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를 구별할 수 있다. 이렇게 붙여진 제돌이의 개체 식별번호는 ‘JBD09'(jeju 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 제주도에서 9번째로 발견 된 남방큰돌고래라는 뜻이다.
그런데 제돌이는 2009년, 제주도의 돌고래공연업체 퍼시픽랜드로 잡혀 들어오게 됐다. 그날 제돌이는 그물에 걸렸고, 어민은 미리 구성한대로 얼마의 돈을 받고 퍼시픽랜드에 제돌이를 넘긴 것이다.
원래 그물에 걸린 돌고래는 수산업법에 따라 즉시 방류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한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수족관으로 가져온 뒤, 조련을 거쳐 서울대공원에 팔았다.
수족관으로 잡혀 온 당시 제돌이의 나이는 10살. 그로부터 서울대공원은 지난 1999년부터 2009년 동안 총 여섯 마리의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사들여 현재까지 돌고래쇼에 이용하고 있다. 현재 남방큰돌고래는 국제보호종으로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의거해 포획이 엄격히 금지된 종이다. 태평양, 일본 근해에 살고 있으며 국내에는 유일하게 제주도 해역에만 겨우 1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퍼시픽랜드의 돌고래들은 잇따라 폐사하고 있다. 2009년~2010년에 야생에서 가져온 돌고래 11마리 중 이미 5마리가 숨졌다. 이에 퍼시픽랜드 관계자는 “한 마리는 올 때부터 피부 농양이 있었고, 나머지는 폐렴 등으로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퍼시픽랜드의 전직 직원들은 “아무리 수족관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이 죽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팔아넘긴 어민 9명은 지난해 7월 불구속 입건됐고, 이들에게 돌고래를 사서 서울대공원에 마리당 6000만원으로 팔았던 퍼시픽랜드 대표 허옥석씨 등 두 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그동안 허 씨는 서울대공원에 3마리의 돌고래를 서울대공원에 팔았고, 나머지 3마리는 서울대공원의 바다사자와 맞바꿈 했다. 허 씨는 지난 2월 8일 제주 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서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 돌고래 방사지로 제주도 구럼비 언급
'제주 해군기지 건설' 우회적 반대 입장 표명 해석…
야권 ‘돌고래 정치쇼’라 강하게 비판
한편 박원순 시장은 경기 과천시 서울동물원 돌고래쇼장 기자회견에서 방사예정인 돌고래 1마리를 해군기지가 건설 중인 제주 구럼비 앞바다로 보내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돌고래 한 마리가 고향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지 정하는 문제가 과연 시장이 관여해야 하는 분야인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제돌이가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강정마을 앞바다에 돌고래가 많이 살고 지나가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 최근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정치적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돌고래 방사를 통해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동시에 최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야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야생 방사지로 적합한 지역을 제주도 북동쪽 인근으로 꼽고 있어 남쪽 해안에 있는 강정마을과 연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논란의 확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국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이 돌고래 ‘제돌이’를 언급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돌고래 해방 쇼’를 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파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구로다 지국장은 ‘돌고래 정치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돌고래에게 재주를 부리게 하는 것이 동물 학대라고는 하지만, 이번 ‘돌고래 해방’은 시민운동가 출신 박 시장의 말 한마디로 정해졌다”며 “풀어주는 장소는, 현재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돌고래는 4년 전에 포획됐기 때문에 1년 정도 ‘야생화 훈련’을 한 뒤 자연스럽게 돌려보내야 한다”며 “박 시장은 반대파가 ‘자연을 지켜야 한다’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와중에 ‘돌고래 해방 쇼’를 해서 이들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제돌이가 살던 곳으로 보낸다는 것이지 꼭 구럼비를 지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기자회견 전 자신의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구럼비와의 연관성을 강조해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사장 설치 1년 적응훈련…
“생존 불투명” “문제없다” 전문가들 의견 갈려
서울시가 야생 방사하기로 결정한 돌고래 제돌이(13세 추정)가 자연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는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에 방사하기 전 약 1년 정도 적응훈련을 시켜 2013년 3월경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돌고래 전문가들은 바다가 잔잔하고 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는 제주도 동북쪽 제주시 구좌읍 인근에 야생방사장을 설치하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돌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들은 해안 1km 안쪽에서 무리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방사 직후 무리와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바다에 방사장을 설치해 차가운 바닷물 환경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현재 방사장 설치 절차를 제주도와 협의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수족관에서는 죽은 생선을 받아먹었지만 산 생선을 직접 잡아먹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 핵심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과거 사례가 충분하지 않아 자연 방사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검증된 만큼 자연 방사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원 김현우 박사는 13일 “야생 적응 훈련 과정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남방큰돌고래의 생태 습성상 자연 방사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포유류학회지는 1998년 포획된 지 2년 된 돌고래 2마리를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1개월의 적응 기간을 거친 뒤 방류해 생존시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동물자유연대 “방사재활훈련, 서울시가 책임져야…”
불법 포획된 돌고래가 돌고래쇼로 이용된 데는 정부의 불찰도 한몫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측은 "국토행양부가 지난 2007월 11월 서울대공원과 부산 아쿠아리움, 제주 퍼시픽랜드를 해양동물 전문 구조기관으로 지정했으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퍼시픽랜드가 이를 악용해 해양 동물을 포획해 돈벌이에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서울대에 현재 살아남아 쇼로 이용되고 있는 세 마리 돌고래를 방사시키면 바다로 돌아가서 살수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미 국내외 학계에서는 훈련과 적응과정을 거치면 충분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있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돌고래들의 바다적응훈련비용은 서울대공원이 소속된 서울시가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죽은 생선을 먹고 쇼를 했던 돌고래들에게 야생환경과 같은 수조를 설치하고, 방사재활훈련으로 야생에서 사냥이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처음 시도되는 돌고래 야생방사…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서나?
이번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돌고래의 귀향 논의는 선진국 진입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 사람들의 권리인 인권뿐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과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의 격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이미, 이에 앞서 돌고래쇼가 노예제를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되는 등 전 세계에서는 돌고래 방사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규제 강화로 1993년 해양포유류 전시·공연이 사라졌고 유럽연합 27개국 가운데 13개국엔 돌고래 수족관이 없다. 생태관광 선진국으로 불리는 코스타리카는 돌고래 전시와 공연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돌고래는 ‘멸종 위기종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에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도 각 종마다 ‘관심 필요종’ 등 여러 단계로 분류돼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관해 돌고래 쇼보다는 야생에서의 돌고래 관찰을 권하고 있다.

취재_박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