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율 탄생 100주년 전시 - 북유럽 가구 이야기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거장 핀 율! 그의 전설적인 가구 디자인

대림미술관이 4월 26일을 시작으로 이번 해 9월 23일까지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거장 핀율(Finn Juhl, 1912-1989)의 가구 디자인 전시를 선보인다. 현대에 이르러 가구는 패션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핀 율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알려진 가구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한스 베그너, 아르네 야콥센 등과 함께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이며, 오늘 날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만은 않은 스칸디나비아 모던 가구 스타일을 창조한 주인공이다.

가구의 혁신을 이끌다
많은 덴마크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핀 율은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던 디자이너이다. 그는 1940년대 덴마크 디자인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를 막아서는 벽도 많았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는 극심했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하고 코펜하겐에 있는 왕립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스승들에게서 건축을 공부했다. 졸업 후, 건축사무소에 들어간 핀 율은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하는 집과 함께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인테리어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건축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을 독학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반대로 예술가의 길을 가지 못했지만, 예술가적 뿌리를 토대로 다시 그의 미학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1930년대 후반부터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만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표현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후에 그는 현대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아 가구 제작자 닐스와 협업을 시작하는데, 이렇듯 현대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은 동시대의 다른 전통적인 가구 디자인과 비교하여 기능보다 형식에 더 집중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남다른 작품들
핀 율은 대량생산이 활발해지던 시절, 남들과 달리 자기가 사용할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좀 더 혁신적인 가구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그가 디자인한 치프테인 의자, 즉 지도자의 의자는 덴마크의 왕 프레데릭 9세가 핀 율의 가구 전시에서 앉은 의자로도 유명하다. 나무 의자의 앉는 부분과 뒷면을 분리한 디자인이 특징인 이 의자는 조형적으로 깍여진 딱딱한 나무뼈대와 부드러운 가죽으로 구성된 점 또한 재미있다. 이런 특징은 그의 다른 작품, NO.45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데 이 의자는 현대 의자 디자인 역사의 걸작으로 평가 받으며, 컬렉터라면 죽기 전에 꼭 소유하고 싶은 아이템 중 하나이다.

전 세계를 물들인 핀 율의 미학
1950년대 가구 전시회인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5개의 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핀 율은 미국에 ‘대니시 모던’을 소개하며 오히려 미국에서 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는 가구 디자이너 뿐 만아니라 실내 디자인으로도 크게 성공을 거둔다. 이런 명성을 바탕으로 UN 신탁통치이사회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아직 젊고 시작 단계의 디자이너로써는 큰 성과인 셈이다. 핀 율의 국제적인 활동으로 그의 디자인은 오늘 날 스칸디나비아 가구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며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가구의 전설을 만나다
이번 전시에서는 핀 율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다수의 의자뿐 아니라 책상, 캐비닛을 포함한 가구와 그릇, 조명에 이르기 까지 많은 제품을 선보인다. 또한 핀 율의 자택을 볼 수 있는 동영상과 설계도면, 작업실 등 그의 미학을 구현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더불어 핀 율과 동시대에 활약한 디자이너들의 가구와 제품을 함께 전시하여, 관람객들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수를 폭넓게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취재_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