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피부에 양보 하세요”

달팽이에서 복어까지…천연 원료 화장품 큰 인기

끈적끈적한 진액을 내뿜는 달팽이가 뺨 주변을 스치거나, 비늘이 제거되지 않은 커다란 복어가 얼굴 위로 덮히는 상상은 악몽과도 같다. 하지만 이런 소름끼치는 상상도 화장품 이야기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물론 우리가 상한 우유로 목욕하거나 돼지기름을 바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최근 뷰티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성분의 화장품과 그 성분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옛날 여성들의 관리법과 왠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성분들은 도대체 피부에 어떻게 좋은 걸까?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관리 이야기는 이미 지겨워진 지 오래다. 아침저녁 우유로 목욕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이야기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갓 짜낸, 제조일자가 또렷이 적힌 신선한 우유가 아닌 상한 우유를 선호했다는 사실. 우리들처럼 유통 기한이 지난 우유가 아까워 몸에 끼얹기라도 했던 걸까? 사실은 이러하다. 상온에서 부패하는 우유는 신선한 우유보다  몇 배나 많은 젖산이 생기는데, 이 젖산이 피부의 각질을 그대로 녹여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서태후는 술에 넣어 삭힌 달걀이나 돼지기름을 아스트린젠트나 자외선 차단제 대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엽기 천연재료 화장품 인기
“제일 잘나가는 화장품이요? 달팽이 화장품이죠.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한테도 많이 팔려요. 선물로 네다섯 개씩 사 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관광가이드 책자에는 아예 화장품 쇼핑 필수품목으로 적혀 있어요. 한국 가면 꼭 사야 하는 제품으로 소개돼 있죠.” (명동 A화장품가게 점원 김명희 씨)
화장품 거리로 유명한 명동은 요즘 달팽이, 뱀독 등 다소 엽기적인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 광고 입간판과 포스터로 넘쳐난다. 한때 먹지 말고 바르기를 권하며 과일을 비롯한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요즘 대세는 ‘엽기’다.

대나무
오래 전부터 대나무 수액을 이용한 제품들은 꾸준하게 출시되었고,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대나무 수액 미스트는 최고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나무 자체를 스크럽제로 활용 할 수 있다. 호호바 오일과 함께 믹스 해 문지르지 않고 피부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각질 제거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달팽이
달팽이 점액에 있는 ‘뮤신’이라는 성분은 상처 입은 피부를 즉각적으로 재생시켜 주는 자가 복구 성분이다. 여기에는 콜라겐, 엘라스틴, 단백질이 함유되어 피부의 수분을 조절하고 탄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케어 한다. 하지만 끈끈하다고 해서 달팽이 점액이 많이 들어간 건 아니라는 사실.

베이킹파우더
각질을 부드럽게 제거하고 모공 사이사이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천연 비즈 속에 초미립 형태로 된 베이킹파우더를 숨겨놓았다. 주름이나 모공 사이에 끼기 쉬운 파운데이션이나 비비 크림을 자극 없이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복어
피부 섬유 세포의 일종인 콜라겐이 충분해야 피부가 수분을 유지하고 탄력을 잃지 않는다. 복어의 진피에도 콜라겐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피부 친화력이 높은 수용성 콜라겐이라는 것. 여기에 히아루론산을 함께 배합했으니 보충된 수분이 쉽게 메라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캐비아
영양 성분이 농축되어 있고 피부의 세포 구조와 유사한 조직을 가진 블랙 벨루가 캐비어는 세포 속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팽팽하게 당기는 작용으로 힘없이 처지고 느슨해진 피부를 즉각적으로 쫀쫀하고 탄탄하게 회복시킨다.

브로콜리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브로콜리를 비타민과 믹스해 자외선 차단제 속에 담았다. 여기서 브로콜리의 진짜 기능은 햇빛에 자극받은 피부의 손상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다.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용 기간을 가능한 짧게 잡는 것이 좋다.

고수
고수는 오메가 3,6,9를 포함하고 있는 유일한 식물로 건조한 피부를 회복시키는 강력한 보습 효과를 가졌다. 여기서는 오일 형태로 에센스 속에 포함되어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트거나 갈라진 증상도 완화시킨다. 무엇보다 우리가 입 속에서 느끼던 그 향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향이 난다.

가슬
가슬은 모로코 아틀라스산에서만 발견되는 희귀 점토인데, 마그네슘과 칼슘 이온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부를 빠르게 재생시켜 주는 데다 피지나 블랙헤드를 빠르게 흡수한다.
일본의 드럭 스토어에서는 진짜 가슬 가루를 판매하기도 한다.

취재_박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