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인형작가, 이승은 ? 허헌선이 전하는
저마다의 추억이야기

부부 인형작가인 이승은·허헌선이 3월 24일부터 4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회 〈엄마 어렸을 적엔…〉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1960~1970년대 풍경을 헝겊 인형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 40여점이 나온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종 교과서에 등장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현재, 섬세하고 정감 있는 인형을 통해 어린시절의 추억을 더듬게 만드는 독특한 재미로 관객들의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대 간의 의미 있는 소통
현대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놀이터에서 웃으면서 뛰어노는 아이들보다는 친구끼리 어울려 논답시고 게임방과 PC방을 전전하거나 부모님 등쌀에 가방을 메고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아이들은 매일 매일이 피곤하고, 놀이라고 하는 것도 컴퓨터와 게임기와 같이 기계와 노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친구와 직접 대면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고, 자연의 소중함 또한 알지 못한 채 성인이 되어간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은 할머니의 젊은 시절과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 마당에서 팽이를 치고 있는 아이들, 얼은 강 위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 몰래 남의 집 감을 따먹는 아이들. 현대 아이들은 그런 낯선 풍경들을 보면서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보게 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 직접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또한 부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번 전시는 가족이 함께 관람하며 자연스레 세대 간 소통의 장소가 되도록 기획됐다.

저마다의 이야기들
이번 전시에는 '어느 하루'와 손동연의 시(詩)를 모티프로 한 '송아지가 아프면' 등 10점의 신작을 포함해 총 45점이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색동저고리'는 작가 이승은씨가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작품이다. "어릴 적 들은 이야기 중에 너무 가난해 설빔을 지을 돈이 없는 누나가 삯바느질하면서 모아둔 자투리 천으로 동생들 저고리를 짓는다는 얘기가 있어요. 뭐든지 정성으로, 사랑으로 만들면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을 창조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으로 표현해봤습니다." 이렇듯 이승은 ? 허헌선 부부의 작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또한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작품을 본 이로 하여금 추억을 생각나게 함으로써 관객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 마디로 작가 부부의 이야기와 관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모두 아우러지는 하나의 장이 되는 것이다.


현실 속에 묻혀, 잊고 지내온 것들에 대하여…
이번 전시를 통해 이승은씨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족'이라고 했다. "예닐곱 살 돼 보이던 아이가 저희 인형전에 와서 해준 말이 잊히지 않아요. 그 조그만 아이가 '한방에 가족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게 따뜻해 보여요' 하는 겁니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 우리가 잊고 살던 것들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취재_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