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서 팬들과 만남
“한국은 올 때마다 즐거운 곳”

미국 프로농구 NBA의 살아있는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33세, 198cm, LA레이커스)가 지난 14일 한국을 방문했다. 코비는 이날 동대문의 나이키 전문매장 ‘훕시티’와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을 차례로 들르며, 한국의 농구 팬들과 짧지만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5년 만의 방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14일 오후 12시 30분 개인 항공기로 김포공항에 입국했다. 코비의 방한은 정확히 4년 10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코비는 지난 2006년 9월 처음 내한해 농구 클리닉을 가진 바 있다. 한편, 이번 방한은 그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는 나이키의 아시아지역 투어의 하나로 진행된 것으로, 코비는 하루 앞선 13일 필리핀에서의 관련행사를 마치고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날 김포 공항에는 코비를 보기 위해 200여명의 팬들이 환영 인사를 나왔으며,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코비는 취재진과 팬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코비는 “한국에 와서 반갑다. 이렇게 환영해줘서 고맙다”고 짧게 입국 소감을 밝혔다.

NBA의 살아있는 전설
코비는 마이클 조던 이후 NBA를 이끈 최고의 스타로 꼽힌다. NBA 명문 팀 LA 레이커스의 간판스타로 1996년 데뷔 시즌부터 화제를 뿌렸다. 불과 19살의 나이로 NBA 올스타(서부)에 선정되며, 당시 동부 올스타이자 같은 포지션에서 역대 최고로 인정받는 마이클 조던과 맞대결을 펼친 것은 물론, 빼어난 득점력을 자랑하며 지금까지 팀을 다섯 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2006년 1월 22일 토론토와의 홈경기에서는 무려 81점을 성공시키며 NBA 통산 한 경기 최다득점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위는 1962년 윌트 채임벌린이 달성한 100점으로, 이 경기가 끝난 뒤 코비는 Mr.81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그는 지난 2010～2011시즌까지 15년간 총 1,103경기를 뛰며 경기당 평균 25.3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 밖에도 시즌 MVP 1회, 올스타전 MVP 4회, 파이널 MVP 2회를 기록한 커리어를 볼 때, 그가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당연하게 여져지고 있다. 어느새 33살이라는 운동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비는 여전히 팬들에게 NBA 최고 선수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사실과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해 2480만 달러로 NBA 전체 연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팬들과의 즐거운 만남
김포공항에서 잠시 포토타임을 가진 코비는 곧바로 ‘코비 브라이언트 코리아 투어 2011(Kobe Bryant Korea Tour 2011)’가 열린 고려대 화정체육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 중간에는 잠시 동대문의 나이키 매장 ‘훕시티’에 들려 팬들에게 그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농구공과 티셔츠, 운동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4시부터 시작된 공식 행사에서 코비는 중학생 선수들과 1대1 맞대결을 갖는가 하면 팬 미팅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농구팬들의 질문에 정성껏 대답하며 진정한 슈퍼스타의 면모를 보여줬다.
먼저 중·고등학생 선수들에게 농구 비법을 전수하기 위한 농구 클리닉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날 코비와 한 코트에 서기위해 어린 선수들은 미리 3 대 3 농구 대회를 가졌으며, 거기서 우승한 선수들이 코비에게 직접 농구 기술을 지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코비는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비롯해 다양한 기술을 가르쳤으며, 그가 제시한 훈련은 재치가 넘치면서도 혹독했다. 두 명의 선수를 지목해 풀 코트에서의 일대일 경기를 요구하는 한편 단거리 러닝을 통해 체력 증진을 꾀하기도 했다.
클리닉 도중 선수들이 지친 모습을 내비치자 그는 “나는 지금껏 일대일 경기를 늘 풀 코트에서 해왔다”며 “이 정도쯤은 해내야 한다”고 재촉했다. 중학생 선수들과의 일대일 경기에 나서기 전에는 신발 끈을 다시 묶고 걸쳤던 T셔츠를 벗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 한 중학생 선수가 영어로 “당신은 패배자”라고 말하자 어깨를 들썩거리는 등 재미난 동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코비는 첫 번째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방심을 했는지 그만 먼저  골을 허용하고 말았는데, 이후 그것이 자극이 되어 거침없는 드리블 돌파와 덩크슛을 시연하며 현장에 모인 팬들을 열광케 했다. 

“조만간 한국 다시 찾겠다!”
이어진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도 코비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 5월 시즌을 마친 뒤에도 운동을 통해 꾸준히 몸 관리를 해왔다는 코비는 최근 NBA가 겪고 있는 직장폐쇄와 관련 “NBA 직장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어느 리그에서 뛰고 싶은가?”라는 팬의 질문에 “KBL”이라는 짧은 대답을 남기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또 코비는 NBA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과 NBA 진출을 노리는 동양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비밀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열심히’라는 말밖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하면 어느 순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NBA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한편, 올 시즌 커리어 사상 두 번째 3연패 달성에 실패한 코비는 “나는 패배가 너무 싫다. 시리즈에서 탈락하고 일주일만 쉬고 바로 연습에 돌입했다. 나를 이긴 선수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라며 자신만의 확고한 농구 철학을 밝혔다. 모르긴 몰라도 내년 시즌에 펼쳐질 올해 우승팀 ‘댈러스 매버릭스’와 ‘LA 레이커스’의 맞대결은 불꽃 튀키는 명승부가 될 것이다. 
이날 코비가 화정체육관에 머무른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비는 잠시 동안의 방문이라고 해서 행사에 대충 임하지 않았고, 내내 성실한 모습을 보여줘 한국 농구팬들을 감동 시켰다. 한편, 이날 코비는 한국에서 하루를 더 머문 뒤 15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코비는 “한국은 올 때마다 즐거운 곳이다. 환영해줘서 고맙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나를 반겨준 팬들을 보니 조만간 다시 한국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시일 내에 또 한국을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한국을 떠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그와의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취재_김성훈 기자